감성한의원 권오경 원장입니다.
무릎이나 허리가 아파서 오신 분께 양말을 벗고 서 보시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무릎이 아파서 왔는데, 발은 왜 보세요?"
아픈 자리를 치료하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다만 무릎과 허리는 발 위에 차례로 쌓여 있는 관절이라, 가장 아래에서 생긴 기울기가 위로 그대로 올라갑니다.
셔츠 단추를 첫 칸부터 잘못 끼우면 맨 위 단추에 와서야 어긋난 것을 알게 되듯, 위에서 보이는 어긋남을 바로잡으려면 첫 단추부터 다시 봐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픈 자리만 보지 않고, 그 부담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떻게 올라왔는지를 따라가 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발에서 시작된 부담이 무릎과 허리로 이어지는 과정, 평발과 통증의 관계, 그리고 감성한의원에서 무엇을 확인하는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무릎이나 허리 통증이 오래 이어지는 분께는 하루에 얼마나 서 계시는지, 어느 쪽이 아픈지, 평소 어느 쪽 다리로 체중을 싣고 서시는지부터 여쭙니다.
진료실에서 받은 질문, "무릎이 아픈데 왜 발을 보세요?"
얼마 전 20대 여성분이 오른쪽 무릎 안쪽이 시큰하고 허리도 뻐근하다며 오셨습니다. 아르바이트로 하루 종일 서서 일하시는데, 오후가 되면 무릎이 먼저 아프고 저녁이면 허리까지 무거워진다고 하셨습니다.
서 계신 모습을 뒤에서 보니, 왼쪽으로 짝다리를 짚고 체중을 늘 왼쪽 다리에 싣고 계셨습니다.

뒤에서 선 자세(standing posture)를 보며 체중이 어느 다리에 실리는지(weight bearing), 양쪽 무릎이 펴진 정도와 골반 높이(pelvic level)를 비교합니다. 체중을 받치는 쪽 무릎은 끝까지 펴져 있고, 반대쪽 무릎은 구부러진 채 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릎이 아픈데 발은 왜 보세요? 허리 아픈 것도 발 때문인가요?"
"아픈 곳은 무릎이 맞습니다. 그런데 늘 왼쪽으로 짝다리를 짚고 계시니 왼쪽 무릎은 항상 펴져 있고, 오른쪽 무릎은 왼쪽보다 늘 구부러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좌우 불균형이 생긴 것인데, 의식한다고 바로 고쳐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그 패턴대로 생활하시게 되니 무릎의 좌우 균형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발에서 시작된 부담은 어떤 길을 따라 무릎과 허리까지 올라갈까요?
발에서 시작된 부담은 어떻게 무릎과 허리까지 이어질까요
발은 우리 몸이라는 건물의 가장 아래에 놓인 기초입니다. 기초가 한쪽으로 기울면 그 위의 벽과 천장도 함께 틀어지듯, 발이 무너지면 그 위의 무릎과 골반, 허리도 도미노처럼 한 칸씩 따라 기웁니다.
이처럼 한 관절의 움직임이 위아래 관절로 이어지는 것을 키네틱 체인(kinetic chain)이라고 합니다. 발이 안쪽으로 무너질 때(1편 평발, 2편 과회내) 이 사슬은 다음 순서로 움직입니다.
| 순서 | 일어나는 일 | 이어지는 부담 |
|---|---|---|
| 첫째, 발 | 발 안쪽 아치는 걸을 때마다 바닥의 충격을 받아 내고 다시 밀어 주는 스프링입니다. 이 스프링이 약해져 체중이 실릴 때 뒤꿈치가 기울고 아치가 내려앉습니다. | 그 위의 정강이뼈가 안쪽으로 돌아갑니다. |
| 둘째, 무릎 | 정강이뼈를 따라 넙다리뼈도 안쪽으로 돌고 모이면서 무릎이 안쪽으로 모입니다(11편 X자 다리). | 무릎 안쪽은 벌어지고 무릎뼈 바깥쪽은 당겨져, 무릎 안쪽과 무릎뼈 주변 통증과 관련된 경우가 많습니다. |
| 셋째, 골반과 허리 | 넙다리뼈가 안쪽으로 돌면 고관절이 틀어지고 골반이 앞으로 기울기 쉬우며, 허리는 그만큼 더 젖혀집니다. | 허리 뒤쪽 근육이 쉬지 못하고 계속 일해, 오래 서 있을수록 허리가 뻐근해집니다. |

발이 안쪽으로 무너지면(pronation) 정강이뼈와 넙다리뼈가 안쪽으로 돌고(internal rotation) 무릎이 모이며,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anterior pelvic tilt) 허리 젖힘이 커집니다. 이 흐름을 pronation distortion syndrom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양쪽 발이 비슷하게 무너지면 골반이 앞으로 기울고 허리가 젖혀지는 쪽으로 부담이 쌓입니다. 한쪽 발만 더 무너지면 그쪽 다리가 낮아져 골반이 옆으로 기울고, 허리는 한쪽으로 휘어 높이를 맞춥니다(12편 좌우 불균형).
짝다리처럼 늘 한쪽 다리로 체중을 받치는 습관도 같은 흐름을 만듭니다. 체중을 받치는 쪽은 무릎을 끝까지 펴고 버티고, 반대쪽은 무릎을 구부린 채 쉬면서 골반이 기울고 허리도 한쪽으로 휘게 됩니다.
반대로 아치가 높아 발 바깥쪽으로 체중이 실리는 발은 충격을 잘 흡수하지 못해, 무릎 바깥쪽과 발목 바깥쪽에 부담이 쌓이기 쉽습니다(5편 발목 염좌).
무릎과 허리는 아픈 자리이고, 발은 그 부담이 시작되는 기초인 경우가 많습니다.
평발이면 무릎과 허리가 다 아플까요
"저도 평발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럼 무릎이랑 허리가 아픈 것도 다 그 때문인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평발이라고 모두 아픈 것은 아닙니다.
저도 심한 평발이지만, 20대 중후반까지는 제 발이 평발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지냈습니다. 발에 특별한 통증이 없었으니 당연히 정상인 줄 알았습니다.
십여 년 전 족부 세미나에서 화면에 띄운 평발 사진을 보는데, 어딘가 낯이 익었습니다. 세미나가 끝난 뒤 삼각대를 세워 두고 제 발을 직접 찍어 보니, 사진 속 발은 평발의 전형적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뒤에서 본 선 자세에서 뒤꿈치 기울기(rearfoot alignment)와 안쪽 아치가 내려앉은 정도를 봅니다. 체중이 실린 상태에서 아치가 얼마나 무너지는지가 평발을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부분입니다.
그제야 원인을 몰랐던 허리 통증, 진료를 오래 하는 날이면 무릎이 묘하게 어긋나는 듯 아팠던 것, 오래 걸은 날 발바닥에 묵직하게 쌓이던 피로가 하나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통증은 한 가지 원인만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평소 자세와 체중, 근육량 같은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평발 하나에 모든 원인을 돌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평발이면서 이미 발바닥이나 발목에 은근한 통증이 시작되었거나, 무릎과 골반, 척추의 좌우 균형까지 무너져 있다면 발이 통증을 만들고 키우는 큰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료실에서는 평발 자체보다, 평발 때문에 무릎이 안쪽으로 돌고 고관절이 틀어지면서 생긴 통증으로 오시는 분이 많고, 이런 통증은 자주 되풀이됩니다. 무릎이 아파 무릎만 치료하고 허리가 아파 허리만 풀어도 자꾸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면, 그 아래 기초인 발을 한번 살펴볼 때입니다.
다만 무릎이 붓고 열이 나거나, 넘어지거나 삐끗한 뒤 아프기 시작했거나, 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로 저림이 내려간다면 발보다 그 자리를 먼저 진찰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족부교정기만 끼면 되지 않을까요
"그럼 발 아치를 받쳐 주는 깔창만 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진료실에서 이 질문을 들으면 저는 오히려 반갑습니다. 무릎과 허리 통증이 발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받아들이셨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무릎이랑 허리가 아픈 게 정말 발 때문이라고요?" 하며 반신반의하다가, 발은 그대로 두고 넘어가시는 분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발부터 받쳐 보겠다는 마음은 좋은 출발입니다. 족부교정기는 무너진 아치를 밑에서 받쳐, 무릎과 고관절에 실리는 부담을 덜어 주는 첫걸음입니다.
저도 평발이라 진료할 때, 운동화를 신을 때, 집에서 생활할 때도 족부교정기를 착용합니다.

족부교정기(foot orthosis)는 체중이 실릴 때 내측 종아치(medial longitudinal arch)를 받쳐, 뒤꿈치가 기울고 정강이가 안쪽으로 도는 정도를 줄이도록 발 모양에 맞춰 만듭니다.
감성한의원에서는 발에서 허리까지 이어진 정렬을 함께 살펴봅니다
진료에서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왜 그 자리가 아픈지, 그리고 제가 권하는 치료가 그 원인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환자분이 이해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 가지를 확인합니다.
- 서 있을 때 뒤꿈치 기울기와 아치 높이, 무릎 방향, 골반 높이, 어느 쪽 다리로 체중을 싣는지
- 바로 누운 자세에서 발목과 거골하관절의 움직임, 무릎 정렬
- 엎드린 자세에서 고관절, 무릎, 발목관절의 움직임과 정렬

바로 누운 자세(supine)에서 거골하관절(subtalar joint)과 발목의 움직임을 확인합니다. 체중이 실리지 않을 때와 서 있을 때를 비교하면 발이 얼마나 무너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무릎과 허리의 통증이 발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만성 통증을 이해하는 시작입니다. 발이 보내는 신호를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첫걸음입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우리 아이 평발, 언제 걱정해야 하는지를 다루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어릴 때부터 평발이었고 나이도 들었는데, 지금 와서 소용이 있나요?
저는 이 질문에 안경 이야기를 자주 드립니다. 안경을 오래 쓴다고 맨눈 시력이 좋아지지는 않지만, 쓰고 있는 동안은 잘 보이기 때문에 매일 씁니다.
족부교정기도 같습니다. 뺀다고 발 모양이 바뀌지는 않지만, 신고 있는 동안 무릎과 척추에 실리는 정렬의 부담을 받쳐 줍니다. 평발이 있고 무릎과 허리 통증이 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늦지 않았습니다.
Q. 평발은 그냥 두면 점점 더 나빠지나요?
시간이 지난다고 발뼈 자체가 크게 더 주저앉는 경우는 드뭅니다. 문제는 평발 모양이 아니라, 아치가 무너진 채로 그 위의 무릎과 고관절, 척추가 계속 부담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교정기를 쓰는 목적도 발 모양을 고치는 데 있지 않고 그 위의 정렬을 지키는 데 있습니다.
Q. 병원에 가면 무엇을 봐 달라고 하면 좋을까요?
"발만 보지 말고 무릎과 자세까지 같이 봐 주세요"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발과 무릎, 골반을 이어서 보면 지금 아픈 자리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훨씬 분명하게 설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더 쉽게 풀어 쓴 이야기는 네이버 블로그 13일차 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실제 진료 중 접한 질문을 바탕으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건강정보 콘텐츠입니다. 개인의 증상과 진찰 결과에 따라 진단 및 치료 방향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의료법 제56조 및 의료광고 관련 규정을 준수하여 작성된 건강 정보 글입니다. 치료 효과와 경과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의료진의 진료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